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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 연구 (6) - 다큐멘터리의 탄생

by 전기운동화 2025. 10. 16.

‘북극의 나누크’는 다큐멘터리의 탄생을 알린 최초의 이야기형 현실 영화로, 실제 인물과 재연을 결합해 인간의 생존과 협동을 그린 영화입니다. 플래허티의 연출은 논란을 낳았지만, 사라져 가는 삶의 방식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희망을 포착한 예술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으며, 다큐멘터리의 시작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탄생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1895년에서 1920년 사이에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같은 비극을 포함해서 수많은 뉴스 필름을 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현실을 세심하게 연출하고 의미를 부여 한 영화를 본 것은 로버트 플래허티가 만든 <북극의 나누크> (1922, 미국)부터다. 미국의 광산 기술자였던 플래허티는 어린 시절에 캐나다 복부에서 광산을 채굴하던 아버지와 함께 여행하면서 이누이트 원주민을 존중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1915년에 16mm 카메라로 에스키모 가족을 기록하는 민족지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토론토로 돌아온 플래허티는 편집을 하던 중 질산염으로 만든 필름과 줄담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촬영한 3만 피트의 네거티브 필름은 담뱃불 때문에 불에 타버렸고 플래허티는 가족과 함께 겨우 피할 수 있었다.

플래허티는 다시 촬영할 자본을 모으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그나마 남은 필름들을 상영해야만 했다. 그는 이때 자신의 영화가 밋밋하고 단조롭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야기를 진행 시 킬 수 있는 분량을 촬영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손으로 크랭크를 돌리는 카메라와 인공조명이 필요한 저감도 필름을 이용하여 끔찍할 정도로 나쁜 기후조건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플래허티는 영화에 찍히는 사람들에게 가끔 필요한 행동을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영화의 중심인물인 나누크(그의 실제 이름이 아니다)는 감독인 플래허티를 좋아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사라져 가는 문화를 기록하고 있음을 느꼈다. 플래허티가 섭외한 이누이트 족은 자신들의 삶을 실제로 재현하는 배우들이었다. 그들은 날마다 러시 필름(바로 이전에 촬영한 화면들)을 검토했고 작품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으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안내자가 되었다. 플래허티는 실제 환경에서 사실에 근거한 영화를 촬영하려고 왔지만 마치 자기 작품이 허구의 이야기인 것처럼 연기했다.

 

당시의 기준으로 봐도 플래허티의 촬영 스타일은 초보적이었지만, 그가 선택한 배우는 매혹적이었고 북극의 풍경은 장엄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영화 '출연자들'은 감독을 완전히 신뢰했기 때문에 촬영을 하면서 자의식 없이 자연스러웠다. 영화는 민족지적으로 신뢰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공인 나누크가 입은 옷과 그가 사용한 장비들은 사실 이전 시대에 사용하던 것들이었다. 얼음집인 이글루는 촬영할 때 필요한 빛 이 들어오도록 실제로는 지붕을 없앤 상태였고, 나누크는 사실상 골동품인 창을 사용했다. 실제로 당시의 이누이트족은 사냥할 때 이미 총을 사용하고 있었다. 플래허티는 산업사회와 기 술 문명 때문에 휩쓸려 없어진 삶의 방식을 재구성했다. 관객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축음기를 구경하다가 장난스럽게 축음기판을 이빨로 물어뜯는 나누크는 세상에서 격리된 원주민이 아니었다. 그는 감독의 진정한 협력자였는데, 조명 장비와 촬영 장비를 조립하고 필름의 인화를 돕기도 했다.

 

수 세대 동안 비평가들은 플래티가 시도한 인위적인 연출의 윤리적 측면에 대해 논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위대하게 만든 점은 북극에서 생존하는 한 가족에 대한 감독의 비전이었다. 그는 영화의 참여자들을 존중했고, 자연의 위협에 맞서 생존하기 위한 인간의 처절하고도 오래된 투쟁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구출했다. 영화 속의 일상을 보면 전통적인 에 스키모 가족은 가족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생존할 수 있는 상호의존적인 단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족의 리더인 나누크는 정열적인 사람이다. 그는 유머가 풍부하고, 즉석에서 집을 짓기도 하고, 먹을거리를 사냥하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고립되고 위험한 여행길에서 마주치는 장애물들과 끊임없이 씨름한다. 플래허티는 주인공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가족에게 너무나 소중한 에스키모 개들을 덮치는 위험 적인 눈보라와 북극의 황무지에서 움츠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영화는 끝난다.

 

플래허티는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의 삶은 인간 스스로의 힘과 협동과 낙관주의에 의존한다"라고 말했다. 비극적이게도 뉴욕 시민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는 동안 나누크와 그의 가족은 사냥 중 사고를 당해 기아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다. 플래허티의 비전에 담긴 진실을 이보 다 더 비극적이면서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능할까?

 

플래허티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영화로는 뮌헨의 영화학과 학생인 루이지 팔로니와 비암바수렌 다바가 감독한 <낙타의 눈물> (2003, 독일)이다. 감독들은 고비사막의 천막집에 사는 몽고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들은 부분적으로만 대본을 만들었고, 나머지는 몽고인 가족과 그들의 생활수단인 쌍봉낙타가 해마다 새끼 낳는 일을 중심으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